살아 움직이는 교실을 희망하며

선행학습, 배움의 출발점에서 다시 생각하다

수업의 시작은 학생이 현재 어디에 서 있는가, 즉 ‘출발점행동’에서 출발합니다.
아이들은 지적 수준도, 학습 경험도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같은 출발선에서 배움을 시작할 때 수업이 살아 움직입니다.

하지만 한국 교육 현실 속에는 ‘선행학습’이라는 독특한 풍토가 있습니다. 교육학 교과서 어디에도 없는 개념이고, 사범대와 교육대에서도 배우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시험 성적이라는 압력 속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굳어져 버렸습니다.

현장에서 보면 그 차이는 뚜렷합니다.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은 문제 풀이 속도가 빠르고 성적도 좋습니다. 하지만 개념을 스스로 체화하는 힘은 약해집니다. 반대로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학생은 과정이 더디고 힘들지만, 읽고 토론하며 자기 힘으로 이해하려는 시간을 경험합니다. 그 속에서 ‘배우는 힘’이 길러집니다.

아이들이 개념 하나를 붙잡고 끈질기게 씨름하는 모습은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바로 그 과정 속에서 학습법을 스스로 만들어 갑니다. 시간이 걸려도 결국 배움이 자기 것이 되는 순간을 경험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교육이 지켜야 할 본질입니다.

물론 현실은 냉정합니다. 성적은 여전히 중요한 기준이고, 선행학습은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불안감을 줄이고, 단기적으로 성과를 얻기 위해 선행학습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배움의 전부가 될 때, 아이들은 배우는 즐거움과 자기 힘으로 성장하는 기회를 잃게 됩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균형입니다. 선행학습을 전적으로 배척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반드시 수업 안에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성적을 위한 빠른 길과, 배움을 위한 깊은 길이 함께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교사와 부모의 과제입니다.

결국 인생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배우는 힘’입니다. 시험 성적은 잠시의 결과를 보여주지만, 배우는 힘은 평생을 지탱합니다. 아이들이 삶 속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은 선행학습의 레일 위에 놓여 있지 않습니다. 스스로 읽고, 토론하고, 이해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배운 경험이 쌓일 때 비로소 성장의 기초가 마련됩니다.

부모와 교사 모두 이 지점을 기억할 때, 아이들의 수업과 배움은 비로소 살아날 수 있습니다. 오늘도 교실에서 던질 질문은 이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배우는 힘을 잃지 않도록 도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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